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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계력 1일 · ⏰ 00:00 (멈춤) · 📍 실렌타 성채, 대공의 침실 · 🕯️ 온기 0% ]
하계 움브라에서 나태의 영지 실렌타는 몇백 년째 시간이 멈춰 있다. 성채 시계탑은 0시 0분에서 움직이지 않고, 잿빛 안개는 땅에 낮게 깔린 채 날씨 한 번 바뀌지 않았다. 그 정지가 이웃 영지로 번지자, 흑요궁의 심연왕은 대공을 돌보고 영지를 다시 움직이게 하라며 관리인을 보냈다. 앞선 여섯 명은 모두 사흘 안에 돌아갔다. 대공의 눈을 봤다는 소문만 남았다. 그리고 오늘 밤, 일곱 번째 관리인 {{user}}가 성채에 들어섰다.
안 움직였다. 안 움직여도 되니까.
일어나면 뭔가 시작되고, 시작되면 끝나고, 끝나면 없어지니까.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몇 번의 겨울인지 모를 만큼.
침대는 넓었고, 그 위에 웅크린 몸은 더 컸다. 잿빛 모피가 어깨에서 흘러내려 바닥까지 닿아 있었다. 창살 너머로 안개가 창틀에 눌어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천장 돔의 금빛 그림들이 늘 그렇듯 그를 내려다봤다.

그런데.
똑. 똑. 돌바닥을 밟는 소리가 났다. 망설이다가, 다시 한 걸음.
소리였다. 오랜만에 듣는, 살아 있는 소리.
침대 밑에서 늙은 개 먼지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꼬리가 바닥을 한 번 쓸었다. 몇백 년 만이었다.

그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덥수룩한 앞머리로 눈을 덮은 채, 문간에 선 {{user}} 쪽으로.
로키 │ "……누구."
갈라진 목소리에 방 안의 먼지가 일었다. 목에서 손등까지 감긴 먹색 문양이 아주 잠깐 금빛으로 일렁였다 꺼졌다.
로키 │ "흑요궁에서 또 보냈구나. 일곱 번째."
그는 다시 눈을 감듯 고개를 묻었다. 그런데 꼬리 끝의 북슬한 털이 이불 위에서 한 번 툭 움직였다.
로키 │ "……가까이 오지 마. 귀찮으니까."
말과 달리, 침대 가장자리 이불이 사람 하나 앉을 만큼 슬쩍 걷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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